한 방 더 · 뒷이야기
두목이 나를
바닥 밑으로 밀어 넣었다.
· 만들며 생긴 웃긴 버그 7가지
게임을 만들다 보면 "이게 왜 되지?"보다 "이게 왜 안 되지?"가 훨씬 많아요. 《한 방 더》를 만들며 실제로 있었던, 지금 생각하면 웃긴 버그 일곱 개를 골랐어요. 전부 진짜예요.
1. 슬라임 왕이 내려앉으면 내가 땅속으로 들어갔다
3층 두목 슬라임 왕은 공중으로 뛰었다가 내려앉아요. 그 원 안에 서 있으면 맞는 게 당연한데, 어느 날 봇 기록을 보니 맞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바닥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어요. 내려앉는 순간 슬라임 왕의 몸 판정이 주인공 몸 한가운데에서 켜지니까, 물리 엔진이 "둘이 겹쳤네?" 하고 겹침을 풀면서 주인공을 아래로 밀어낸 거예요. 망령이 서리 자국에서 솟아오를 때도 똑같았고요. 주인공이 0.71m 밑으로 내려가던 걸 0.12m로 줄이고, 몸이 떨어질 때까지 판정을 미루는 장치를 넣어서 잡았어요. 원을 못 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던 일이라, 찾았을 때 식은땀이 났어요.

2. 궁수가 활을 칼처럼 휘둘렀다
캐릭터 다섯이 "공격" 동작 하나를 같이 쓰고 있었어요. 검사가 쓰는 휘두르기 동작이요. 그래서 궁수는 활을 쥐고 칼질을 하면서 화살을 쐈어요. 꽤 오래 아무도 눈치를 못 챘다는 게 더 웃긴 부분이에요. 활 전용 동작(거울 잽)을 따로 만들고, 활은 늘 세워 들도록 바꿨어요.
3. 대검이 혼자 떨었다
가만히 서 있는데 대검이 덜덜 떨린다는 피드백이 왔어요. 알고 보니 "가만히 서 있기" 동작이 없어서 걷기 동작의 두 장면을 반복하고 있던 거예요. 발은 안 움직이는데 팔만 걷는 중이었던 셈이죠. 숨쉬기 동작을 새로 구워 넣었어요.
4. 테스트 봇이 벽을 뚫고 허공으로 떨어졌다
게임을 대신 플레이하는 봇이 있어요. 예전 봇은 길을 못 찾으면 벽을 뚫고 순간이동했는데, 그러다 방과 방 사이 바닥 없는 허공에 빠져서 공격이 안 되고 판을 버리곤 했어요. 더 큰 문제는 두목이 빠지면 출구가 영영 안 열린다는 것. 봇에겐 제대로 된 길찾기를, 게임에는 "땅보다 6m 아래면 마지막 딛은 곳으로 돌려놓는" 안전망을 넣었어요. 같은 봇이 길찾기 하나 고쳤다고 한 시간에 5층 가던 게 25분에 7층을 가서, 그동안 봇 숫자로 게임을 고쳤던 걸 다시 봐야 했어요.
5. 봇이 두목을 안 잡고 다음 층으로 갔다
두목이 살아 있으면 출구가 봉인되는데, 봉인 확인이 "출구를 밟을 때"에만 있었어요. 봇은 출구를 밟지 않고 출구 함수를 직접 불러서 두목을 건너뛰고 내려갔고, 덕분에 봇 성적이 말도 안 되게 좋았어요. 출구 함수에도 봉인 확인을 넣었죠. 이 뒤로 "봇 숫자가 너무 좋으면 반칙부터 찾는다"가 규칙이 됐어요.
6. 전설 무기가 비스듬히 섰다
이름 있는 전설 무기 원화를 멋지게 대각선으로 그렸더니, 3D 모델도 45도 기울어진 채로 만들어졌어요. 손에 쥐면 삐딱하고, 강화 빛도 삐딱하고. 모델을 곧게 세우는 단계를 변환 과정에 넣어서 해결했는데, 별 정령은 반대로 납작해서 옆을 보고 있길래 90도 돌려야 했어요.

7. 레이드 두목이 매번 화난 채로 시작했다
가장 최근 이야기예요. 레이드는 두목 체력이 며칠 이어지는데, 두목의 "분노" 규칙은 체력이 절반 아래면 켜져요. 그래서 절반을 넘긴 다음부터는 매 도전이 첫 프레임부터 분노 상태 — 3연속 돌진을 맞고 7초 만에 쓰러졌어요. 법사 봇이 처음엔 판마다 15%를 깎다가 갑자기 1%만 깎길래 발견했죠. 레이드 두목은 체력 대신 "도전 시계"로 단계를 밟게 바꿨어요.
버그가 알려 준 것
일곱 개 중 다섯은 사람이 아니라 봇의 이상한 숫자가 먼저 알려 줬어요. 그래서 요즘은 기능을 하나 만들면 봇부터 돌려요. 여러분이 겪은 "이게 왜 이래?" 순간이 있으면 게시판에 알려 주세요 — 다음 편의 재료가 될지도 몰라요.